생성형 AI가 쇼핑에 활용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AI 쇼핑 서비스는 상품을 검색하거나 추천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과 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로 발전하고 있다.
AI가 구매 조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경제 활동의 주체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전틱 커머스란 무엇인가
에이전틱 커머스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쇼핑 과정의 일부 또는 전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음과 같이 요청할 수 있다.
다음 주 부산 출장에 사용할 호텔을 찾아줘. 회사 근처이고, 1박당 15만 원 이하이며, 무료 취소가 가능해야 해. 조건이 맞으면 예약까지 진행해줘.
기존 AI는 조건에 맞는 호텔 목록과 예약 사이트 링크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AI가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고, 예약 조건을 확인하고, 사전에 정한 범위 안에서 결제까지 실행할 수 있다.
적용 대상도 여행 예약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 생필품 자동 주문
- 항공권과 호텔 예약
- 한정판 상품 구매
- 보험상품 비교와 가입 지원
- 기업의 소모품 구매
- 구독 서비스 변경과 해지
- 가격 하락 시 자동 구매
쇼핑의 중심이 사람이 직접 화면을 탐색하는 방식에서 AI에게 목표와 조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왜 새로운 프로토콜이 필요한가
AI가 쇼핑을 수행하려면 다양한 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 상품 검색, 재고 확인, 할인 적용, 배송지 전달, 사용자 인증 및 결제가 서로 다른 사업자의 시스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각 쇼핑몰이 AI 에이전트마다 별도의 연동 기능을 개발한다면 확장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UCP와 AP2다.
UCP
UCP(Universal Commerce Protocol)는 상품 탐색부터 구매와 구매 이후 지원까지 쇼핑 전반을 연결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이다.
Google은 2026년 1월 Shopify, Etsy, Wayfair, Target, Walmart 등과 함께 UCP를 발표했다. 이 규격은 MCP, A2A, AP2 등 기존 에이전트 프로토콜과 호환되도록 설계됐다.
참고: Google UCP 발표
AP2
AP2(Agent Payments Protocol)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안전하게 결제를 수행하기 위한 프로토콜이다.
핵심은 AI가 임의로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승인한 조건과 의도를 증명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금액, 상품 종류, 판매자, 기간과 같은 조건을 미리 설정하고 에이전트는 그 범위 안에서 거래를 실행한다.
Google은 2026년 4월 AP2를 FIDO Alliance에 기증하면서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결제 표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AP2 0.2에는 사용자가 결제 순간에 참여하지 않아도 사전 승인에 따라 에이전트가 거래하는 ‘Human Not Present’ 방식이 포함됐다.
참고: Google AP2 발표
AI 결제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의도다
기존 온라인 결제는 결제 시점에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거나 인증을 수행한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한다면 사용자가 그 자리에 없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검증 가능한 의도’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에이전트에 다음과 같은 권한을 줄 수 있다.
- 8월 31일까지 사용
- 30만 원 이하 결제
- 공식 판매처만 허용
- 해외 배송 상품 제외
- 취소가 가능한 상품만 구매
시스템은 이 조건이 사용자가 승인한 내용이며 이후 변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판매자와 결제회사도 해당 거래를 신뢰할 수 있다.
책임과 보안 문제
에이전틱 커머스가 확산되면 편의성만큼 책임 문제도 커진다.
AI가 잘못된 상품을 구매했거나 동일한 상품을 중복 주문했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사용자의 조건이 모호했다면 판매자는 거래를 그대로 인정해야 할까? 에이전트 계정이 탈취됐을 때 기존 카드 결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 결제 금액과 횟수 제한
- 판매자와 상품 범위 제한
- 고액 거래에 대한 추가 승인
- 사용자의 승인 내용과 실행 기록 보존
- 구매 전 조건 재검증
- 취소·환불 절차의 자동 연계
- 에이전트용 인증정보와 개인 계정 분리
특히 에이전트에는 일반 사용자 계정을 그대로 제공하기보다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위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기업의 준비사항
에이전틱 커머스는 온라인 쇼핑몰의 화면만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 상품 정보와 정책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제공해야 한다.
- 상품·가격·재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
- 배송과 환불 정책이 구조화돼 있는가?
- AI 에이전트가 호출할 수 있는 안전한 API가 있는가?
- 에이전트가 수행한 거래를 구분하고 추적할 수 있는가?
- 사용자 승인 범위를 결제 전에 검증할 수 있는가?
향후에는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뿐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 정보와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치며
에이전틱 커머스는 AI가 상품을 추천하는 단계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거래하는 변화다. UCP가 쇼핑 과정의 공통 언어라면 AP2는 AI 결제를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한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소비자는 여러 쇼핑몰을 직접 돌아다니는 대신 AI에게 원하는 결과와 예산을 알려주게 될 수 있다. 이때 경쟁력은 화려한 쇼핑 화면보다 에이전트가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정책 그리고 결제 체계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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